Filtering, 정고요나 개인전 - ‘陽材 2019’를 중심으로

2021. 6. 29. 16:11Daylife/전시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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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투시 적용ㅠ 이눔의 카메라가!!!

 

Filtering, 정고요나 개인전

<‘陽材 2019> oil on canvas, 2020

 

사실적이고 감성적인 느낌의 작품을 좋아하는 저에겐 정고요나 작가의 전시작품들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습니다.전반적으로 차분하면서도 다채로운 색감의 그림들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작품 속 인물들의 표정은 공허한 인상을 주었고, 그 작품들을 통해 작가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궁금하여 전시를 직접 보기로 결정했습니다.이 전시는 SNS의 지나친 활성화에 힘입어 왜곡하고 조작하여 만든 이미지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담고 있습니다.

그 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陽材 2019라는 작품이 가장 눈에 잘 들어왔습니다. 얼핏 보기엔 다른 작품들에 비해 크게 두드러지는 점은 딱히 없어 보이지만,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본 전시의 큰 주제인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인한 자기 과시용 사진을 일상인 것처럼 표현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을 고급스러운 귀걸이와 목걸이,화사한 화장으로 꾸며진 얼굴과 같은 각각 부와 화려함을 상징하는 매개체를 적극 사용한 것으로 보여 다른 작품들 보다 감상자의 입장에서 주제표현에 대한 공감이 더욱 가능해진다고 생각했습니다.이러한 방식으로 가장 이해가 가기 쉽게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이 작품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작품의 내용적인 측면에서 묘사를 하자면 이 작품은 옅은 연둣빛의 단색 배경을 뒤로하고 고급스러운 귀걸이와 목걸이를 한 채 가슴골을 내 보이며 화면을 응시하고 있는 젊은 여성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소 정적인 작품이라 특징은 형식적인 측면에서 더 두드러집니다.

형식적인 측면으로 설명을 하면,이 작품도 본 전시의 다른 작품들처럼 사실화의 영역에 속하는 고전적인 방식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다홍빛 블러셔와 루주로 곱게 단장을 한 여자는 패션 잡지나 인터넷 공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델과 같은 인상을 자아냅니다.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기쁜지 슬픈지 조차 유추하기 힘든 무표정과 꾹 다물지 않고 앞니를 반쯤 보이고 있는 입모양은 어딘가 모르게 공허하고 오직 자신을 과시하기 위한 사진을 찍기 위해 지어낸 얼굴이라는 느낌이 듭니다.주제와 연결했을 때 이러한 이미지들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였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짜여진 일종의 자기검열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이지만,이 작품도 SNS매체에 올리는 사진처럼 사각형 틀을 갖추고 있고 필터로 보정한 듯한 예쁜 파스텔 톤의 색감으로 칠해져 있어서 겉으로 보기엔 아름다운이라는 느낌을 강조하고 있는 듯합니다.확실히 화보와도 같은 구도와 부드러운 색감으로 그려진 그림들이다 보니 계속 눈이 가는 것은 당연하게 느껴졌습니다. 점은 SNS에서도 예쁜 사진을 보면 관심을 갖는 것과 비슷한 양상을 띤다는 점에서 작가가 현실의 측면을 분석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쪽 방향으로 비춰진 조명과 그 빛으로 인해 검은 눈동자에 맺힌 구슬 같이 반짝이는 하이라이트, 다른 쪽 팔보다 살짝 앞으로 뻗은 상태의 팔로 셀프 카메라를 찍고 있는 듯 한 여자의 모습은 소셜 미디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사진들의 구도적인 클리셰(얼굴을 강조하고 투시로 인한 형태의 왜곡)를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아무리 사진처럼 매트하게 그린 작업일지라도 작가의 붓놀림에 의해 만들어진 미세한 붓 터치와 조명의 빛으로 입체감이 살아난 자잘한 엠보싱 자국들은 유명인을 실물로 보는 듯한 미묘한 설렘을 느끼게 했습니다(사진으로 찍힌 상태로 인터넷에 올라오는 이미지들은 작가가 그렸다는 흔적이 안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살짝 노출하고 있는 깊은 가슴골의 명암처리는 관람자로 하여금 관음증을 표출하게 만듭니다.이 또한 주제와 연결 시켜 보자면 소셜미디어 내에서 자극적인 노출을 보여줌으로써 타인들의 관심을 받고,여기서 만족을 얻는 사람들의 심리를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주제적 측면에서 서술을 하겠습니다. 전염병의 발생으로 인해서 사람들의 SNS에 대한 집착은 예전보다 더욱 심화되어 가고 있고,이 때문에 소셜 미디어의 단점이 더 부각 되어졌습니다. SNS의 부정적 현실에 대해 생각을 해보건대,결국엔 기술의 발전으로 생겨난 일상을 공유하는 공간이지만,현대인들이 즐겨하는 대상인데도 불구하고,과도하게 집착하면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허세와 자기자랑에 대한 욕망이 불타오르는 대다수의 현대인들은 자신들이 관심과 부러움의 무대의 오르기 위해 가장 잘 꾸며지고 치장된 모습을 보여주려고만 합니다.현실은 보여지는 사진과는 달리 행복하거나 화려한 삶이 아닐지라도,결국엔 보정,조작된 사진으로나마 자기위안으로 삼으려는 것입니다.작품의 타이틀인 ‘陽材 2019‘陽材’는 양재인데,양재는 훌륭한 재주를 가진 사람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습니다.이로 미루어보면,비싼 물건을 살 수 있을 정도의 재력을 가진 능력을 과시한다는 내용을 도출해낼 수 있고,이 제목을 전시의 타이틀인 Filtering과 연결시키면,자신의 이상과 거리가 먼 현실적인 모습들(초라하거나 불행한 것 등등)은 걸러내고,행복하고 남들에게 부러움을 살만한 자신의 능력을 이미지화시키고 이를 과시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학교과제로 썼던 전시감상문.